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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들 리뷰 1

예전에 미모자에서 기모노를 대여했던 카키노시타 아유미라고 합니다.
이번에 꼭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서 이렇게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래, 조금 장황한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들어갈 것 같습니다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미모자에서 기모노를 빌린 것은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교토 기모노 대여’라고 검색해 보니 미모자라는 가게가 떴고 제가 좋아하는 미모자(함수초)라는 꽃의 이름과 같아 흥미를 느꼈습니다.

제 첫사랑인 야마시타 렌 군의 집에 봄이 되면 만개하던 꽃인데, 그 꽃이 필 때면 부드럽고 상큼한 향기가 거리 전체에 퍼지곤 해 그 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와 저의 집은 이웃이라고 할 만큼 가깝지도 않고 같은 초등학교를 다닌 정도고 어릴 적 친구라고 할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닌 그저 동급생 정도였습니다.
저는 후에 그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어 다행히 그와 학교도 같았지만 만나는 일은 예전에 비해 더 줄어들었습니다. 다만, 등교할 때 조금만 돌아가면 그의 집 앞을 지나가게 되어 일부러 일찍 나가곤 했습니다. 가끔씩 그의 어미니와 인사를 나누거나 급하게 그가 등교하는 모습을 보곤 했습니다. 사실 저는 단 한 번도 그와 학급 행사 외에는 말을 한 적이 없는 저의 짝사랑이었습니다.

같은 학교를 다닐 때 도 그는 곧잘 교복 어깨나 머리에 미모자 꽃을 달고 다니며 상큼한 향기를 풍기곤 했습니다. 제 방에도 미모자 화분을 하나 두고 있기에 우연히 친구와 교토 여행할 때 기모노를 입자라는 얘기가 나와 가게를 찾아봤을 때, 가게 이름을 보고 더 반갑게 느껴져 여기서 입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또, 대로변에 있는 가게에서 기모노를 입고 나오면 누가 봐도 렌털숍에서 입고 나왔다는 게 보여 별로 선호하지 않는데 가게의 위치가 상당히 맘에 들어 더욱 이곳에서 하자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조용한 거리에서 조용히 갈아입고 나가고 싶었는데 그런 면에선 저에게 아주 적합한 가게였습니다.
저는 이날 초록색 바탕에 미모자 꽃이 그려진 기모노를 입었습니다. 평소 피부가 하얀 편은 아닌지라 초록색 계열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먼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거리의 풍경과 굉장히 잘 어울려서 점원의 안목에 굉장히 감동했었습니다. 다음에 옷을 살 때 같은 계열의 초록색 옷을 사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기모노는 실제로 입어보면 옷자락이 좁아서 보통 한걸음에 갈 수 있는 거리도 세 걸음에 걸어야 합니다. 또한, 옷과 달리 소매가 무거워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작아져 옛 시대의 여성분들은 이걸 입고 집안일까지 한 걸 생각하니 참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제가 또 한 가지 큰 착각을 한 게 교토 시내가 거의 평지라고 생각한 점이었습니다. 이 근처만 보아도 니넨자카, 산넨자카 등 언덕이 많은 지명이 있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덕분에 나막신을 신고 걷다 보니 유명한 포토 스폿에 갔을 때 사실 조금 지쳐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기요미즈데라 오층 탑을 찍으려고 앞을 보니 그가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매일 만날 수 있지만, 휴일에도 만나다니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여점에서 기요미즈데라까지 지름길로 갔다면 아마 절대 만나지 못했겠죠? 조금 지친 것까지도 다시 회복이 될 정도로 기분은 좋았지만 친구가 사진을 찍어준다 했을 때 자연스럽게 포즈를 잡는 것도 까먹을 정도로 긴장한 상태였습니다. 괜히 땀을 흘려 메이크업이 망가지진 않았는지, 여러 모여 신경 쓰여 몰래 핸드폰 뒷면의 거울로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더 사진을 안 찍냐는 친구의 말이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제 눈에는 그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친구들과 누가 더 사진을 예쁘게 찍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눈앞이 하얘지고 얼굴을 달아오르고, 목은 마르고, 심장은 빨리 뛰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일단 걷자는 마음에 움직이긴 했으나 너무나도 어딘가에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빌려 입기도 했고 직원이 예쁘게 세팅해 준 상태를 망치고 싶지 않아 천천히 걷고 있는데 그와 눈이 마주쳤고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인사를 해주는 그를 보고 순간 학교에서도 잘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떠올랐습니다. 왜 이제 와서 갑자기 인사를 했을까 하는 와중에도 그가 너무 귀여워 보였습니다.

“아, 미모자다.”

너무 부끄러워 지나가려는데 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기모노를 입고 있는 저를 현지인과 착각하진 않았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저를 알아본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그가 달려와 저를 바라보며

“너, 카키노시타 아유미 맞지?”

라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가 제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거에도 너무 두근거렸습니다.
소심하게 긍정의 의사를 표하자 그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습니다.
저희의 분위기가 이상해 보였던 걸까요? 그의 친구들과 제 친구는 서로 마주 보고 씩 웃는 것 같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저를 팔꿈치로 툭툭 치던 친구가 같이 관광하지 않겠냐는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야마시타군은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고, 너무 부끄러워 우리 기모노를 입고 있으니 움직이기 불편해서 민폐이지 않냐고 거부의 의사를 표했으나 그의 친구 중 한 명이

“이상한 사람이 말 걸면 불편하지 않아요? 우리가 안전하게 보디가드 역할 해줄 테니 같이 다녀요! ”

라고 말하면서 저희를 둘러쌌습니다. 순식간에 그의 친구들에게 둘러싸이고 관광지에서 같이 사진을 찍고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기뻤습니다. 그와 단둘이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괜스레 기쁜 마음에 얼른 집에 가서 프린트해 벽에 걸어둘지 액자에 넣을지 누군지도 모를 신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들떠있었습니다.

“마…… 마키노시타가 미모사 좋아해?”

빨갛게 달아오른 그가 물어보길래 수줍게 그렇다 하니 그가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도 좋아해! 지금 우리 집에도 많이 피어 있잖아!”

라고 말해줬습니다.
그는 아마도 모르겠죠? 제가 그의 어머니와도 가끔 인사를 나눌 정도로 사실 그를 항상 바라보고 있다는걸요.

“다음에 우리 집에 놀러 와! 맛있는 차도 있고 미모자가 많이 피어서 집 안이 온통 노랗게 물들었어”

너무 기뻐서 무섭다는 기분이 이런 걸까요? 그 후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와 미모자 이야기도 많이 하고 여러 얘기를 처음으로 나눴습니다. 기모노 대여 시간 동안 같이 거리를 걷고 차를 마시고, 심지어 저희가 옷을 반납하는 동안에도 그들은 저희와 함께 있어줬습니다.
대여점 이름도 미모자라며 너 미모자를 굉장히 좋아하는구나? 하는 그의 물음에 당신의 정원에 심어져 있는 미모자 덕분에 좋아합니다 라는 마음을 그때는 속으로 삼켰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정말 그의 집에 초대를 받았고 대학을 졸업하는 내년 봄에 저희 둘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케도 이미 미모자로 정했습니다.

내년 결혼식 피로연에 꼭 필요한 기모노를 부탁드리고 싶어 이렇게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곳 덕분에 연결된 저의 인연을 이곳에 보답하고자 이렇게 저의 긴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의 이용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토 기모노 대여 mimosa
전화:075-741-8467
京都市東山区桝屋町362-3 2층

기모노 렌탈 mim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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